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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살이/위클리에듀교보

위클리에듀교보 2018 no.3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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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 에듀교보는 행복한 아이, 즐거운 가족을 위해 교보생명에서 제공해 드리는 양육 도움 정보지입니다.


세계적 교육 강국에게 배우다


교육열은 세계 1위지만 교육제도에 대한 만족도는 최하인 대한민국. 정권이 바뀔 때마다 끊임없이 쏟아지는 새로운 교육제도와 정책으로 인한 혼란은 오롯이 부모와 아이들의 몫이다. 우리나라 교육의 미래는 나아질 수 있을까? 세계적인 인재를 키워낸 교육 강국에게 우리가 진정으로 배워야 할 것은 무엇인지 되짚어봤다.


기획 황선영(베스트베이비 기자) 사진 서울문화사 자료실 참고도서 <교육의 차이>(김선 지음, 혜화동)



교육 강국의 원동력은 ‘교육의 가치’


대부분 사람들은 지금 우리나라의 불안한 교육 현실이 불완전한 제도나 정책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김선 교수는 이러한 논란에 매몰되어 정작 가장 중요한 ‘교육의 가치’를 우리가 놓치고 있다고 꼬집는다. “우리나라 아이들은 왜 행복하지 않을까요? 교육제도나 정책뿐 아니라 사회문화적·정치적·역사적 요소를 두루 살펴볼 필요가 있어요. 우리나라는 너무 단기간에압축 성장을 했어요. 짧은 기간에 너무 큰 걸 맛본 거죠. 물질적인 풍요를 진정으로 향유하려면 정서적인 가치가 수반되어야 하는데 우리는 그걸 쌓을 기회가 없었어요. 그러다 보니 결국 돈과 경제력이 삶의 중요한 가치로 자리 잡게 된 거죠. 또 분단이 되며 미국의 교육제도를 많이 들여왔는데 한국 실정과는 맞지 않는

게 많았어요.”

교육이 입신양명의 도구로 자리 잡게 된 데에는 이러한 여러 가지 이유가 깔려 있다. 교육의 기조를 먼저 세우고 현실에 맞는 제도와 정책을 마련해야 하는데 그 시기를 놓쳐버린 것이다.

반면에 독일, 영국, 미국, 싱가포르, 핀란드 등 교육 강국의 교육 시스템을 들여다보면 각기 나름의 교육철학이 엿보인다. 각 나라마다 교육의 가치는 조금씩 다르지만 기회, 토론, 자유, 과정을 중시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김 교수는 교육이란 결국 학생들에게 기회를 주고, 대화할 능력을 키워주며 자유와 독립심을 길러주고, 여러 경험과 어려움 속에서 자신을 발견하고 자아를 찾아가는 여정이라고 말한다.


우리는 어떤 가치를 찾아야 할까?


부모들의 사고방식이 먼저 바뀌지 않는 한 아무리 우수한 제도나 학교, 정책이 들어와도 아이들의 행복감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김 교수는 가치의 큰 변화가 필요하며 부모 스스로 문제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부모들의 생각이 서서히 바뀌어가고 있어요. 제 주변만 봐도 이전보다 자녀의 행복에 비중과 가치를 많이 두니까요. 시간은 걸리겠지만 언젠가는 부모들의 생각이 바뀌리라 믿습니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긍정적인 면도 많아요. 특히 우리나라의 교육열은 전 세계적으로도 알아줄 정도잖아요. 좋은 교육열은 사회를 이끌어가는 데 좋은 원동력이 될 수 있어요.” 교육열을 바꿔 말하면 아이에게 그만큼 열정이 있다는 뜻. 자녀에 대한 열정을 좋은 교육열로 뿜어낼 수 있다면 문제는 의외로 쉽게 해결될 수 있다.


가정에서 시작하는 가치 교육


사회의 가장 기본적인 유닛은 가정이므로 부모가 그 안에서 어떤 가치를 세우고 아이를 키울 것인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아이가 가장 행복해하는 순간이 언제인지 떠올려보자. 부모와 같이 밀도 있는 시간을 보낼 때다. 그러니 큰 욕심을 버리고 아이와 최대한 시간을 많이 가지려고 노력해보자. 온 가족이 거실에 누워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거나 주말 한나절 아이와 서점에 나들이를 가고, 집 앞 놀이터에서 모래놀이를 하는 등 소소한 여유를 가지는 것. 아이를 키우는 데 많은 장난감과 옷, 책이 꼭 필요한 건 아니다. 작은 꽃, 풀 한 포기도 아이에게는 훌륭한 장난감이다. 그러니 너무 거창하게 생각하지 말고 지금 내 주변에서 아이랑 같이 할 수 있는 걸 찾아보자.


우리가 참고할 만한 각 나라의 교육 키워드


독일 → 과정 중심의 교육 독일은 과정 중심의 교육을 지향한다. 교육을 학습으로 보는 게 아니라 빌둥(Bildung), 즉 ‘되어가는 과정’으로 본다. 이는 독일 교육철학의 가장 중요한 배경으로 핵심은 ‘기다려주고, 과정을 온전히 누리게 해주는 것’이다. 그래서 아이 자신이 좋아하는 것, 행복한 순간, 타인과의 관계 등을 스스로 찾아갈 수 있도록 돕는데 이 과정은 반드시 자연스러워야 한다. 자연스러움을 추구하는 독일 사람들은 인위적·억압적으로 결과를 뽑아내는 걸 배제한다.


영국 → 교양인 양성 ‘Manners make the man’이라는 영화 <킹스맨>의 대사처럼 영국 교육의 핵심은 바로 ‘교양인(gentle men)’을 양성하는 것이다. 어릴 때부터 자유로운 토론을 통해 균형 잡힌 교양인으로서 훈련을 하는데 이러한 교육은 가정에서부터 시작된다. 사립학교에 다니는 부와 권력, 명예를 갖고 태어난 아이들은 이를 책임감 있게 사용하는 교‘ 양’을 쌓기 위해 어릴 때부터 엄격한 규율과 혹독한 훈련을 강요받는다. 자신에게 주어진 것들로 인해 자칫 방종에 빠지기 쉽기 때문이다. 영국 사회에서 사립학교를 졸업한 사람들이 사회적으로 인정과 존중을 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미국 → 기회와 자유 의지 미국은 모두에게 기회를 준다는 점에서 평등을 지향하지만, 기회를 얻었다면 반드시 실력과 능력으로 더 큰 가치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철저한 자본주의 논리를 따른다. 이러한 자본주의 정신을 더욱 풍요롭게 만드는 것은 나눔과 섬김이라는 기독교의 청빈사상이다. 특히 교육계의 기부금 문화는 미국의 자본주의 정신이 가장 잘 드러나는 대목이다. 어려운 환경에서 성공한 실리콘밸리의 사업가들은 자신과 같은 사람을 배출하고자 사회와 학교에 기부하고 그 기부를 통해 성장한 인재들은 사회에 나아가 얻은 막대한 부와 재화를 또다시 학교와 사회에 환원하는 선순환이 이뤄진다.


싱가포르 → 엘리트 및 성과주의 싱가포르는 우수한 인재를 발굴해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능력우선주의 원칙을 표방한다. 초등학교 6학년부터 대학교까지 우수한 학생들을 뽑아 일종의 ‘선별적 교육(솎아내기식 교육)’을 실시한다. 특이점은 이를 국가가 주도한다는 것이다. 학생의 학습 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국가와 학교에서는 개개인의 학습 능력을 어떻게 키워줄 것인가 고민하고 유학까지도 국가가 주도한다.


핀란드 → 공동체와 합의 문화 핀란드의 종합학교 교육의 핵심 목표는 평등에 기반을 둔다. 나이, 거주지, 경제적 여건, 성별이나 모국어에 상관없이 모든 국민이 양질의 교육을 받도록 동등한 권리를 제공한다. ‘친구를 두고 떠나서는 안 된다’라는 뜻의 ‘카베리아 에이 예테테(Kaveria ei jteta)’는 핀란드인의 이러한 정신을 말해준다. 한 명이라도 낙오자가 없도록 학습 능력이 뒤처지는 학생들에게는 1년 정도 공부를 더 하게 하고 개개인을 위한 커리큘럼도 따로 만들어준다. 이처럼 개개인의 차이까지 좀 더 세심히 헤아리는 게 특징. 교사의 우수한 역량 또한 부러운 점인데, 핀란드에서 교사는 사회적 지위가 높으며 전문직으로 인정 받는다. 또한 정부는 교사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역량 개발 및 지원에도 지속적인 노력을 쏟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