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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살이/위클리에듀교보

위클리에듀교보 2018 no.3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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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 에듀교보는 행복한 아이, 즐거운 가족을 위해 교보생명에서 제공해 드리는 양육 도움 정보지입니다.


Read a Lot!

많이 읽기가 필요한 이유


<박순의 영어두뇌 만들기>에서는 ‘외국어로서’ 영어를 학습하려면 우리가 무엇을 알아야 하는지, 어떤 방식으로 접근하는 게 효과적인지 신경학적 관점에서 분석했습니다.

‘영어두뇌’를 만들기 위한 세부 전략인 S(Sound First). A(Read Aloud).I(Auditory Imitation).L(Read a Lot) 학습법 중 네 번째 키워드인 ‘L:Read a Lot(많이 읽기)’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기획 한보미(베스트베이비 기자) 박순(<뇌과학으로 알아보는 혁신적 영어 학습법> 저자)

일러스트 이현주



글 읽기를 담당하는 두뇌의 ‘특별 전담팀’



위 그림은 사람의 두뇌를 아래쪽에서 바라본 것인데요. 사람의 눈으로 들어오는 시각 정보는 뒤통수의 후두엽 끝에 있는 1차 시각피질(primary visual cortex)을 거친 후 바라보는 대상의 종류에 따라 별도로 처리하는 ‘특별 전담팀’으로 각각 전달됩니다. 머리 뒤쪽의 후두엽과 귀 안쪽의 측두엽이 만나는 곳의 가장 바깥쪽에 일상적인 사물을 알아보는 부위(그림에서 노란색으로 표시된 곳), 그 안쪽에 얼굴을 알아보는 부위(그림에서 녹색으로 표시된 곳), 그리고 가장 안쪽에 장소 관련 정보를 알아보는 특별 팀이 자리를 잡지만, 글을 읽는 법을 배우지 않은 두뇌에는 글자를 알아보는 곳(그림에서 자주색으로 표시된 곳)이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알파벳 같은 복잡한 문자 시스템이 어느 날 갑자기 ‘짠’ 하고 나타난 것은 아니고 처음에는 주변의 사물을 본뜬 그림에서 시작 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알파벳 A는 본래 뿔 달린 소의 모습을 본떠 ‘ ’로 기록하였고, S는 뱀의 모양을 그린 데서 비롯되었다고 합니다. 복잡한 문자를 갖고 있지 않던 고대인들은 주변의 사물을 알아보는 뇌 부위(위 그림의 가장 바깥 부분)를 활용하여 원시 글자를 식별했을 겁니다. 문자를 익히기 시작하는 어린아이도 그 부위를 활용하므로 아이에게 글은 처음엔 그림으로 인식되죠. 그런데 문자 시스템이 복잡해지면서 해당 두뇌 부위가 점차 확장되었고 점차 얼굴을 알아보는 두뇌 부위 쪽으로 자리를 잡게 된 것 같습니다. 사람이 눈으로 가장 빨리 알아보는 대상은 얼굴입니다. 오랜 옛날, 앞에서 다가오는 이가 내 친구인지 적인지를 알아보는 속도에 생사가 걸려 있었기 때문이죠. 우연인지 필연인지 글을 읽기 위한 두뇌의 ‘특별 전담팀’이 얼굴인식 센터와 겹치면서 인간은 글을 읽는 데 있어 놀라운 속도와 효율을 확보하게 되었습니다. 그림문자는 점차 복잡하고 체계적인 문자 시스템으로 변했고, 인간의 두뇌는 놀라운 적응 능력을 발휘하여 빛나는 속도로 글을 읽을 수 있는 부위를 개발해냈습니다.

Good morning처럼 자주 등장하는 단어가 사이트워드(sight words: 한눈에 자동적으로 의미와 소리를 알아보는 단어나 구단위의 덩어리를 말하며 ‘일견단어’라고 번역합니다)로서 저장되는 이 ‘특별 전담팀’의 실력은 실로 대단해서 1초당 약 27단어(글자가 아닙니다!)까지도 인식하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이 실험 결과 밝혀졌습니다(단, 안구의 움직임이라는 물리적인 제약이 있을 경우에는 초당 약 8단어, 즉 1분에 약 500개 단어를 인식하는 게 한계입니다).


단어 인식 특별 전담팀을 개발시키는 ‘다독’


두뇌 속의 특별한 팀을 개발하는 비결은 ‘횟수’와 ‘세기’입니다. 신경회로에 얼마나 자주 전기신호가 흐르게 만드느냐(빈도), 그리고 얼마나 강한 신호가 흐르느냐(강도)에 따라 사람의 두뇌에 새로운 ‘길’이 열립니다. 아이의 두뇌 속에 단어를 알아보는 특수 영역을 개발시키는 유일한 방법도 그 신경회로에 신호가 자주 흐르도록 하는 것이죠. 요컨대 사람들이 많이 왕래하면 자연스레 길이 생기듯 많이 읽으면 두뇌 속에 길이 열리고 길이 모이는 곳에 ‘센터’가 생깁니다.

재미가 없는데도 많이 읽기는 어려운 법이므로 영어책을 즐겁게 많이 읽기 위해서는 좋아하는 스토리가 담긴 책이어야 한다는 전제가 필요합니다. 또 한 가지는 어휘력입니다. 영어 단어 분야 전문가들에 따르면 쉬운 난이도의 성인 대상 소설은 최소 4000단어 수준의 어휘력이 요구되며, 책 속에 등장하는 단어의 98%를 알아야 읽기를 즐길 수 있다고 합니다. 만일 한 페이지에 대략 300단어가 들어 있는 책을 읽는다면 모르는 단어가 6개 내외 정도여야 즐기면서 많이 읽기가 가능하다는 뜻이죠. 소리를 중심으로 하는 ‘S, A, I’ 단계를 충실하게 거친 학습자라면 대부분 어렵지 않게 도달해 있을 수준입니다. 많이 읽기를 꾸준히 실천하면 두뇌의 신경회로가 탄탄해지고 그 회로로 연결되는 특별 팀이 꾸려져 아이의 두뇌에 물리적이면서도 동시에 질적인 변화가 일어납니다. 즉, 많이 읽으면 단어 인식 전담팀이 두뇌에 생겨나므로 한눈에 척척 알아보는 어휘와 단위가 증가하고, 이렇게 되면 읽은 글 속에 담긴 정보를 종합해서 이해하는 질적인 차원의 도약이 가능해집니다. ‘영어두뇌’가 개발된 아이들은 그렇지 않은 아이들에 비해 텍스트 속을 유유히 헤쳐 나가며 시간적 여유를 누리게 되죠. 이 여유란 글을 빠르게 읽고 이해할 수 있게 되면서 생기는 ‘인지적인 자유’를 뜻합니다. 아이들의 두뇌는 0.1초 정도에 불과한 시간적 여유 동안에도 은하계 끝까지 다녀오고 과거와 미래로의 시간 여행을 자유롭게 떠날 수 있습니다. 그런 아이는 문자에 휘둘리지 않고 오히려 글을 장악해 정보를 흡수합니다. 마치 물고기가 물의 존재를 의식하지 않듯이 아이는 글의 존재를 잊고 책 속을 헤엄치며 영어의 바다를 자유로이 항해합니다. 반면에 문자를 다스리지 못하는 아이는 물에 익숙하지 않은 생물이 물에 빠진것처럼 같이 가면 갈수록 힘이 드니 재미가 없고 재미가 없으면 머지않아 포기해버릴 확률이 급격히 높아집니다. 1년 내내 달랑 책 두 권을 읽는 아이와 수백 권을 읽는 아이의 지적 능력은 시간이 지날수록 막대한 차이가 발생하리라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영어두뇌’ 만들기가 필요한 이유


대한민국에서 영어교육 사교육비로 매년 지출하는 비용은 연간 약 19조원입니다. 이처럼 자녀의 영어교육에 투자하는 부모들의 열정과 정성은 세계 어느 곳 못지않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의 영어 실력은 60개 국가 중 ‘보통’ 수준인 24위에 머물러 있습니다(EPI 보고서). 영어두뇌를 만든다는 건 가능한 한 모국어에 가깝게 영어 처리 영역을 형성시키는 일입니다. S.A.I.L. 같은 최적의 방법으로 영어의 ‘신경 고속도로’를 뚫어주면 도서관에 앉아 토플·토익 책만 들이파느라 정작 중요한 공부 시간을 확보하지 못하는 대학생들도 줄어들 거라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