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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살이/위클리에듀교보

위클리에듀교보 2018 no.3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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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 에듀교보는 행복한 아이, 즐거운 가족을 위해 교보생명에서 제공해 드리는 양육 도움 정보지입니다.


‘뺄셈’이 덧셈보다 어려운 이유


나온교육연구소 박영훈 소장은 수학의 진정한 즐거움을 알기 위해서는 유아기부터 수학에 대한 개념을 올바르게 세우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어떻게 해야 수학의 첫걸음을 제대로 뗄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서 시작된 이번 칼럼은 ‘뺄셈’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기획 한보미(베스트베이비 기자) 박영훈(나온교육연구소 소장)

일러스트 게티이미지뱅크(www.gettyimagesbank.com)



뺄셈의 여러 가지 상황 이해하기


아이들이 뺄셈을 처음 배울 때 어려워하는 이유는 ‘8-3=5’라는 하나의 뺄셈식으로 표현하는 뺄셈 상황이 무척 다양하다는 점을 들 수 있습니다. 뺄셈에는 다양한 상황이 존재하고 이 때문에 아이들은 덧셈보다 뺄셈을 더 어렵게 느낍니다. 뺄셈식을 배우기 이전에 다양한 뺄셈 상황을 충분히 경험시켜야 하는데 그 이유를 구체적인 예로 살펴보겠습니다.



제시된 상황은 모두 8-3이라는 동일한 뺄셈식으로 나타내어지고 정답 또한 5로 동일합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들 상황의 구조는 전혀 다릅니다. 우선 첫 번째 상황부터 분석해봅시다.



처음에 주어진 8개 가운데 일부인 3개가 제거되는 상황입니다. 이를 그림으로 나타내면 다음과 같습니다.



위 그림은 주어진 대상 전체 8개에서 그 일부인 3개를 ‘덜어’내거나 ‘빼’내는 것을 보여줍니다. 8-3이라는 뺄셈식에는 ‘빼어낸 나머지를 셈한다’는 뜻이 들어 있는데, 덧셈의 ‘더하기’ 상황과 정반대의 상황이죠. 이로 미루어보아 ‘뺄셈’이라는 용어는 다음과 같은 맥락에서 만들어졌을 것이라고 짐작합니다.

‘뺀다’ → ‘빼는 셈’ → ‘뺄셈’

여기서 뺄셈은 어떤 대상 전체에서 일부를 없애거나, 가져가거나, 먹어버리거나, 빠져나오게 하거나, 잃어버리거나, 다른 사람에게 줘버리거나, 또는 스스로 사라져버리거나 등등의 이유로 개수가 줄어드는 변화가 발생하며, 이때 남아 있는 대상의 개수를 알고 싶을 때 적용합니다. 그러므로 이때의 뺄셈식은 “몇개가 남아 있는가?”라는 물음에 답하는 것이라 할 수 있죠. 두 번째 상황은 조금 다른데, 그 차이점을 찾아보세요.



앞의 빼기 상황과는 다르죠. 사과와 배(또는 귤도 섞였을 수 있죠)라는 서로 다른 종류의 과일이 모여 있는 전체 8개 가운데에서 하나의 집합(사과)을 떼어낸 나머지 집합(사과가 아닌 것)의 원소 개수를 구하는 것입니다. 즉, 어떤 집합(사과)의 여집합(餘集合, 나머지를 뜻하는 여)의 원소 개수를 구하는 것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속성이 다른 이질적인 두 개의 집합이 모여 하나의 전체를 이루는 상황이므로 앞의 빼기와는 상황의 구조가 다르다는 걸 알 수 있죠. 문제 자체도 ‘얼마 남아 있는가?’에서 ‘○○가 아닌 것은 몇 개인가?’라는 형식으로 바뀌었다는 점에 주목하세요. 이 경우에도 역시 뺄셈식 8-3=5로 나타낼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동일한 뺄셈식이 각각 빼기 그리고 분리하기의 상황을 나타낼 수 있음을 살펴보았습니다. 만일 이것만 고려한다면 단순한 계산만 하면 되니 별로 어렵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뺄셈에는 이외에 또 다른 상황이 존재할 수도 있습니다. 다음에 제시 된 예가 그것입니다.



위와 똑같은 문제이지만 질문을 다음과 같이 바꿀 수도 있습니다.



분명히 뺄셈 상황이지만 덜어내거나 분리하는 게 아니라 두 개의 수량을 비교하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상황은 다르지만 형의 사과 개수를 구하거나 동생의 사과 개수를 구하기 위한 뺄셈식은 다음과 같습니다.

8-3= 

그런데 이 상황은 다음과 같이 덧셈식으로 나타내는 게 오히려 자연스럽습니다.

3+  =8

그리고 이를 문장으로 나타내면 다음과 같습니다.



더하는 수를 미지수로 하여 덧셈으로 나타낸 것이며, 이 문제 상황은 다음과 같은 문장으로도 나타낼 수 있습니다.



이 경우에는 빼는 수를 미지수로 하여 같은 의미이지만 형태가 다른 또 하나의 식으로 나타낼 수 있습니다.

8-  =3

이와 같이 형과 동생의 사과 개수를 비교하는 상황을 나타내는 문제는 모두 네 개의 질문과 그에 따른 네 가지 수식이 존재합니다. 앞에서 보았던 빼기, 분리하기와는 분명히 다른 상황이지만 여전히 똑같은 뺄셈식이 적용되고 있죠. 이제 아이들이 덧셈보다 뺄셈을 더 어려워하는 이유를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