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상살이/위클리에듀교보

위클리에듀교보 2018 no.395

1540167567062_weekly395.pdf


위클리 에듀교보는 행복한 아이, 즐거운 가족을 위해 교보생명에서 제공해 드리는 양육 도움 정보지입니다.


재미로 보는

놀이터 심리학


아이가 또래와 어울리며 마음껏 뛰놀 수 있는 ‘집 앞 놀이터’가 아이들에게 갖는 의미와 단순한 놀이기구가 아이들의 발달에 어떤 도움을 주는지 알아보자.


기획 강지수·김도담(베스트베이비 기자)

사진 게티이미지뱅크(www.getttyimagesbank.com) 

도움말 김이경(관악아동발달심리센터소장),

    손석한(연세신경정신과 원장),

          원민우(원민우아동청소년발달센터 원장),

          함현진(도담언어심리발달센터 원장)

참고도서 <마을이 함께 만드는 모험놀이터>(빨간소금)



놀이터는 오롯이 아이들만을 위한 공간이다. 아이들은 이곳에 모여 또래 친구들과 만나고 이런저런 놀이를 하며 조금씩 성장해간다. 그러나 놀이터가 단지 여럿이 모이는 만남의 장으로서 기능만 하는 건 아니다. 놀이터는 아이들의 신체, 정서, 인지, 언어, 사회성 등 사실상 모든 영역의 발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시소, 미끄럼틀, 그네 등 놀이기구를 타고 조작하며 몸을 움직이는 신체활동을 통해 대근육과 소근육 발달은 물론 시각-운동 협응 능력, 평형감각, 순발력, 지구력, 심폐 기능 등 신체 능력을 발달시킬 수 있다.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느끼는 즐거움과 행복감 등 긍정적인 감정은 정서적 안정을 돕기도 한다. 일상생활에서 쌓인 스트레스나 부정적인 감정을 놀이 활동을 통해 해소함으로써 감정을 가다듬고 정서를 발달시키는 데도 효과적이다. 또한 놀이터에서의 여러 경험을 통해 실내와 다른 차원의 사회적 기술을 배울 수 있다. 놀이 방법을 터득하고 숙달하는 과정과 친구나 형, 누나로부터 모방하며 배워가는 과정은 그 자체만으로 아이의 지적 능력, 즉 인지 영역의 두뇌 발달을 촉진한다. 또래 친구들과 교류하며 언어 발달이 이루어지고, 협력해 놀이하는 과정을 통해 대화, 타협, 양보 등 대인관계에서의 갈등 해결 능력도 기를 수 있다. 이처럼 놀이터라는 작은 공간이 아이들에게 주는 긍정적인 효과는 셀 수 없이 많다. 아이들은 놀이터에서 흐르는 공기를 들이마시며 꽉 막힌 천장 대신 뻥 뚫린 하늘을 바라보고, 마음껏 쿵쾅거리며 뛰어다녀도 누구 하나 나무라는 사람이 없으니 놀이터는 그야말로 ‘천국’인 셈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아이들이 놀이터를 좋아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놀이터의

구조 속에도 숨겨져 있다.


놀이기구에 숨겨진 비밀


시소, 미끄럼틀, 그네, 철봉 등 단순해 보이는 놀이기구에는 아이들의 발달적 특성과 성장기 아이에게 필요한 발달적 자극이라는 두 가지 요소가 반영되어 있다. 가령 시소를 타며 힘의 원리를 깨치는 것과 동시에 상대방과의 상호작용을 배우는 식이다. 단순한 구조물이지만 아이들은 그 안에서 무궁무진한 발달을 이루어낸다.


정글짐

: 빠르고 광범위하게 몸을 움직이고 싶은 이동 욕구를 반영

기본적으로 큐브 형태로 이루어진 철제 구조물로 공간을 여러조각으로 분리함으로써 아이로 하여금 입체감을 느끼게 해주니 지루할 틈이 없다. 하나의 큐브에 몸을 걸치면 공간이 꽉 차는 느낌이 들고 이는 상대적으로 ‘내 몸이 크구나’라는 인식을 심어줌과 동시에 아이 스스로 공간을 지배하는 듯한 기분을 갖게 한다. 온전히 내 세상에서 이리저리 원하는 공간으로 마음껏 움직일 수 있으니 자유와 독립심이 충족되고 자신감도 향상되는 것.


그네

: 높이 날고 싶은 욕구와 빨라지려는 속도 욕구를 반영

그네를 움직이려면 처음에는 발을 땅에 딛고 힘차게 굴러야 한다. 그다음 속도를 높이려면 뒤에서 누군가 힘껏 밀어주어야 하고, 그 뒤에는 아이 스스로 균형감각과 몸의 움직임을 이용해 가속도를 붙여야 한다. 이러한 힘의 ‘역학적 구조’ 자체가 아이에게는 무척 흥미롭게 느껴진다. 또한 점차 빨라지는 속도를 몸으로 직접 느낄 수 있으니 재미있고, 자신의 몸이 빨라지는 걸 보며 성취감을 느낌과 동시에 스스로를 대단한 존재로 인식하게 된다.


미끄럼틀

: 빨라지려는 속도 욕구를 반영

누군가 아래로 끌어당기는 듯한 중력에 의해 빠르게 내려가는것 자체가 아이를 열광시킨다. 마찰력으로 인한 촉감 또한 아이를 즐겁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 무엇보다 아이의 몸이 미끄럼틀 바닥에 닿아 마찰하며 미끄러지는 힘이 발생하는데 이 신비한 힘이 아이를 짜릿 하게 만든다.


시소

:힘의 우위를 차지하려는 욕구를 반영

자신의 무게로 다른 사람을 끌어내리고 반대로 내가 허공에 있을 때 다른 사람이 나를 끌어내리며 오르락내리락하는 것이 아이에게는 무척 흥미롭다. 자기보다 몸집이 작은 아이가 탔는데도 나를 꼼짝 못하게 만들고, 앉는 위치에 따라 힘의 균형이 달라지니 그저 신기할 따름. 이리저리 옮겨 타며 균형을 맞추는 과정을 통해 물리적 원리를 깨닫고, 내가 누군가를 올리거나 내려줄 수 있다는 사실에 뿌듯함을 느끼고 자신감을 얻는다.


알아두면 도움이 되는 놀이터 심리학


보호자 옆에서 떨어지지 않는 아이

기본적으로 바깥은 아이에게 익숙한 실내보다 훨씬 많은 자극을 준다. 아이들이 떠드는 소리, 자동차 소리 등 청각 자극, 넓은 공간에서의 위치감각 및 자신의 신체 위치와 자세, 움직임 등을 감지 하는 고유 수용성 감각 등 시각적 자극, 바람과 모래등 촉각적 자극까지 다양하다. 평소에 위험 회피 기질 요인이 높은 아이는 이처럼 받아들여야할 감각 정보가 갑자기 많아지면 이를 재미보다는 ‘위험 신호’로 받아들여 보다 신중한 움직임을 보일 수 있다.


보호자는 안중에도 없고 다른 아이들 뒤만 쫓는 아이

관계 또는 친밀감을 중요시하거나 친사회성이 뛰어난 아이는 처음 보는 사람에게도 스스럼없이 다가간다. 이러한 성향을 가진 아이에게 놀이터는 수많은 아이들을 한꺼번에 만나는 더없이 흥미로운 공간일 터. 특히 만 3세 이후에는 보호자로부터의 분리가 훨씬 안정적으로 이루어지며 또래 친구들에 대한 관심도 더 높아진다. 아이가 의존 적인 성향이라면 자기보다 나이가 많은 아이, 통제적인 성향이라면 어린 아이를 더 많이 따르는 게 일반적이다. 또래 친구와 놀기보다 동생, 형, 누나들 사이에서만 놀려고 하는 아이는 경쟁 구도가 쉽게 형성되는 또래와의 관계에서 갈등을 겪는 게 익숙지 않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놀이터에 갈 때마다 계속 놀겠다고 고집부리는 아이

아이가 온종일 놀이터에서 놀고도 집에 가지 않겠 다며 고집을 부리면 부모는 피곤할 수 있지만 이 또한 행복한 고민이다. 그만큼 아이의 자극 추구 기질이 높고, 체력이 뛰어나며, 에너지가 넘친다는 뜻이기 때문. 그러나 만일 다른 데로 아이의 주의를 돌리는 등 관심 전환이 어렵거나 ADHD 성향을 띤다면 보호자와 부딪힐 일이 많아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