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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살이/위클리에듀교보

위클리에듀교보 2018 no.3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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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 에듀교보는 행복한 아이, 즐거운 가족을 위해 교보생명에서 제공해 드리는 양육 도움 정보지입니다.


‘낮버밤반’과

이별하기


엄마라면 누구나 아이 앞에서 감정을 다스리지 못하고 ‘버럭’할 때가 있게 마련. 머리로는 너무도 잘 아는데 도대체 왜 감정 컨트롤이 안 되는 걸까? 아이에게 상처 주지 않고 잘 타이르는 방법은 없을까?


기획 김도담(베스트베이비 기자) 사진 안현지 도움말 박윤미(<버럭맘Q&A처방전> 저자)



아이를 키우다 보면 예쁘고 사랑스러운 순간도 많지만 ‘울컥’ 화가 치솟는 순간도 셀 수 없이 많다. 밥을 먹지 않고 딴청을 피울 때, 밤늦게까지 잠들지 않을 때, 터무니없는 걸 해달라고 조를 때 화를 한 번도 내지 않는 부모는 없을 것이다. 수도 없이 아이를 타이르다 어느 순간 폭발해 와르르 감정을 쏟아낸 뒤 서럽게 울음을 터뜨리는 아이를 보며 죄책감에 시달리는 그야말로 ‘낮버밤반(낮에 버럭 하고 밤에 반성한다)’을 반복하게 된다. 그러나 아이에게 단순히 ‘화를 내는 것’과 ‘버럭’ 하는 건 엄연히 다르다.사람은 누구나 어떤 자극을 받았을 때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를 선택할 수 있다. 하지만 ‘버럭’은 그러한 선택 과정 없이 자극이 들어오자마자 반사적으로 ‘화’로써 반응하는 걸 말한다. 만일 아이에게 화를 낸 후 ‘이렇게까지 화낼 일이 아니었는데 내가 왜 그랬을까?’라고 늘 후회하거나 사소한 일에 부정적인 말과 행동을 반복한다면 나도 ‘버럭맘’이 아닌지 한 번쯤 돌아볼 필요가 있다.


☑ “나도 ‘버럭맘’일까?” 자가 테스트


화가 났을 때 감정을 돌보지 않고 회피하거나 참으려고만 애쓰면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온다. 꾹꾹 눌러놓았던 화가 사소한 자극에도 쉽게 폭발하기 때문. 다음 질문에 스스로 답해보자. ‘yes’가 많을수록 아이에게 ‘버럭맘’이 될 확률이 높다.


☐ 어른이 아이에게 화를 내는 건 성숙하지 못한 행동이다.

☐ 좋은 부모라면 아이에게 화를 내지 말아야 한다.

☐ 부모-자녀 관계는 갈등이 없어야 행복하다.

☐ 부당하다고 생각하거나 화나는 일이 생기더라도 상대방과의 관계를 생각해 참거나 싫은 티를 내지 않는다.

☐ 부모가 아이에게, 혹은 아이가 부모에게 화를 내는 허용 범위는 정해져 있다.

☐ 아이가 내 말을 듣지 않으면 ‘무시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억울하다.

☐ 무언가 잘못되면 타인이나 주변 상황을 자주 탓한다.

☐ 화가 나면 판단력이 흐려져 나중에 후회할 행동을 하곤 한다.

☐ 화가 날 때 나는 폭발할 것 같은 기분이 자주 든다.

☐ 아이는 부모에게 화를 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 아이가 나한테 화를 낼 때 ‘듣기 싫다’고 생각한다.

☐ 아이가 짜증이나 화를 낼 때 ‘왜 또 저래?’, 혹은 ‘대체 뭐가 문제야?’ 라는 생각이 든다.

☐ 소리를 지르고 화를 내면 그제야 아이가 내 말을 들어준다.

☐ 아이가 화를 낼 때 그 기분을 이해하려고 하기보다 자신의 분노를 그대로 표출하는 게 옳지 않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버럭맘’이 되지 않으려면


수많은 부모 지침서에서는 ‘화를 참아야 한다’, ‘좋게 타일러야 한다’, ‘기다려야 한다’고 말한다. 이 때문에 많은 부모가 ‘도대체 나는 왜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을까? 왜 자꾸 화를 내게 될까?’라며 자괴감에 빠진다. 그러나 ‘화를 내지 말고 참아야 한다’고 말하는 이유는 대다수 부모가 잘못된 방식으로 화를 표출하기 때문이다. 감정, 특히 ‘화’ 같은 부정적인 감정은 꾹꾹 눌러 참으면 없어지기는커녕 엉뚱한 곳에서 더 크게 터져 나오게 마련이다. 아이에게 좋은 영향을 주고 싶고, 또 아이가 상처받을까 걱정되는 마음은 누구나 같다. 그러나 사람은 누구나 기쁘고 슬프고 화가 나는 등 감정의 희로애락을 겪는다. 아이에게 부정적인 감정을 통제하는 법이 아니라 올바르게 표현하는 방법을 알려주는게 중요한 이유다. 정말로 화가 났을 때는 언성을 높여도 된다. 단, 아이에게 ‘왜’ 화가 났는지 그 이유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 이때 ‘네가 엄마 말을 듣지 않아서’ 또는 ‘네가 ○○를 하지 않아서’식으로 비난하는 내용을 담는 건 금물. 감정 통제가 쉽지 않을 때는 스마트폰의 메모장 기능을 활용해보자. 아이에게 직접 소리치는 대신 손가락 끝에 감정을 꾹꾹 눌러 담아 하고 싶은 말을 써 내려 가면 터질 것 같은 화를 해소하는 데 꽤 효과적이다.


아이에게 현명하게 화내는 노하우


아이에게 ‘제대로’ 부모의 감정을 전달하는 방법은 무얼까? <버럭맘 Q&A 처방전>을 펴낸 박윤미 저자가 직접 독자들의 질문에 답했다.


 CASE 1  아이가 위험한 행동을 할 때면 놀람과 분노가 뒤섞여 ‘버럭’ 소리부터 지르게 돼요.

ADVICE ▶ 많은 부모가 놀라고 걱정된 마음을 ‘화’로써 표현합니다. 가령 “엄마가 하지 말라고 몇 번을 말해? 아주 크게 다쳐봐야 정신 차리지!”처럼 아이를 탓하거나 비난하는 방식으로 감정을 표현하다 보니 화를 낸 후에 후회도 크지요. 하지만 속마음을 들여다보면 ‘아이에게 화가 나서’가 아니라 ‘아이가 다칠까 봐 걱정되어’ 야단을 치고 큰 소리를 낸 것이죠. 부드럽게 타이르진 못하더라도 “네가 높은 곳에 올라가서 엄마가 너무 놀랐어. 떨어져 다칠까 봐 걱정되잖니. 엄마에게는 네가 다치지 않고 건강하게 자라는 게 가장 중요해”라고 화내는 이유를 분명히 설명하세요.


 CASE 2  피곤하거나 잠을 못 잤을 때 괜스레 아이에게 화를 내게 돼요. 정신없이 바빠 죽겠는데 “이 옷 안 입어!”라며 떼를 쓰면 울컥하거든요.

ADVICE ▶ ‘화’라는 감정은 대개 위에서 아래로 흐르게 마련입니다. 나보다 힘의 크기가 상대적으로 센 상대 앞에서는 잘 참아지던 일도 안전한 장소나 약한 상대 앞에서는 전부 해소하곤 하죠. 스트레스가 쌓였을 때 아이에게 화를 내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입니다. 다만 화를 내는 이유가 아이 때문이 아니라 ‘엄마의 욕구가 충족되지 않아서’라는 걸 명확히 전달하는 게 필요해요. 가령 “넌 왜 이렇게 엄마를 귀찮게 해!”라고 말하는 대신, “엄마가 오늘 회사에서 일하느라 너무 힘들어. 쉬고 싶어”라고요. 전자는 아이로 하여금 ‘엄마는 날 싫어해’ 혹은 ‘난 나쁜 아이야’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반면, 후자는 ‘엄마가 원하는 게 있는데 마음대로 되지 않아서 화가 났구나’라고 인식하게 하는데 이차이는 매우 큽니다.


 CASE 3  똑같은 얘기를 수도 없이 반복해도 듣지 않을 때 너무 속상하고 화가 나요.

ADVICE ▶ 대부분 부모가 아이한테 ‘화를 내야 말을 듣는다’고 생각하는데 이는 착각입니다. 화낼 때 아이가 말을 듣는 건 당시 부모의 표정이나 억양, 말투 등에서 두려움을 느껴 자신의 행동을 잠깐 멈추는 데 불과합니다. ‘수없이 말해도 듣지 않는다’는 말은 곧 ‘똑같은 방식으로 같은 얘기를 반복했다’는 걸 뜻합니다. 앞서 여러 번을 반복하며 ‘효과가 없다’는 걸 확인했는데도 말이죠. “엄마 힘든데 왜 이렇게 말을 안 듣니?”라며 엄마의 입장만 반복해 이야기하면 아이는 듣지 않습니다. 아이가 대화에 관심을 보이고 집중할 수 있도록 아이의 감정과 욕구를 읽어내야 해요. 엄마가 먼저 아이의 마음을 이해해야 아이도 엄마의 말을 듣게 마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