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상살이/위클리에듀교보

위클리에듀교보 2017 no.346

1510549251205_weekly346.pdf


위클리 에듀교보는 행복한 아이, 즐거운 가족을 위해 교보생명에서 제공해 드리는 양육 도움 정보지입니다.


‘배가 아파요’ 라는 아이 말에 대처하는 법


어떤 경우든 아이가 하는 ‘배가 아파요’라는 말에 부모는 당혹스러워집니다. 아파하는 것 같아 병원에 데려갔더니 바로 괜찮아져 민망해진 경우도 종종 생기지요. 하지만 시간을 다툴 정도로 중대한 질병의 증상으로 배앓이가 나타나기도 하기에 그냥 간과할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아이가 ‘배가 아프다’고 할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정재호 선생이 명쾌하게 정리해주었습니다.


기획 박시전(베스트베이비 기자) 글 정재호(대전 엠블아동병원 소아청소년과 원장) 사진 추경미(G1 studio)



서둘러 병원에 가야 하는 경우는?


어느 정도 의사 표현이 가능한 나이대의 아이라면 ‘배 아파’라는 말을 하루에 한 번은 할 겁니다. 이 경우 대부분은 배변 신호이지요. 매일 비슷한 시간에 배앓이를 호소한다면 특히 식사 직후라면 곧 배변하리라는 걸 부모도 짐작할 수 있습니다. 물론 배변 신호 중에는 심한 배앓이처럼 보이는 경우도 더러 있어요. 하지만 대개는 오래 지속되지 않고 배변 후 말끔하게 사라지기에 이 때문에 병원에 가게 되는 일은 흔치 않습니다. 만약 아이가 지속적으로 배변을 힘들어하며 배앓이를 한다면 일단 변비부터 의심해 볼 수 있습니다. 소아청소년과 의사 입장에서 배앓이하는 아이를 볼 때 가장 걱정되는 점은 장중첩증과 외과적 수술이 필요한 질환이 아닐까 하는 겁니다. 충수돌기염처럼 수술을 해야 하는 질환일 수도 있고, 장중첩증의 경우 대변이 마려운 정도의 경미한 증상부터 바닥을 떼굴떼굴 굴러다닐 정도의 통증까지 다양한 양상을 보여서 구분해내기 참 어려우니까요. 일단 다음에 해당된다면 어서 의사에게 보이는 게 안전합니다.


□ 배가 아프다면서 5분 안쪽으로 자지러지게 울다가 10~20분 정도 멀쩡한 상태가 반복될 때

□ 구토할 때, 특히 초록색 토사물을 보일 때

□ 선홍색 혈변이나 선지 또는 짜장 빛깔의 대변을 볼 때

□ 배에 손도 못 대게 할 때

□ 허리를 펴지 못하거나 걷지 못할 때

□ 사타구니나 고환 근처가 아프다고 할 때

□ 배꼽이 아닌 부위를 아프다며 가리킬 때

□ 예전에 수술한 적 있는 아이가 배가 아프다고 할 때

□ 사고 난 후, 또는 배를 맞은 뒤, 어디에서 뛰어내린 뒤 배가 아프다고 할 때

□ 시간이 지날수록 아픈 정도가 점점 더 심해질 때


이외에도 복통에 대해서 살피고 생각해야 할 부분은 더 많지만 그중 비교적 흔하고 중요한 것을 추리자면 이렇습니다. 말을 못하는 아기들은 그냥 보채기만 합니다. 아이가 평소 잠투정 등에 비해 심하게 보채면서 위와 같은 양상을 보인다면 빨리 병원에 데려가세요.


왜 배가 아플까?


아이의 배앓이 때문에 병원에 가면 ‘장에 가스가 찼네요’, ‘대변이 가득합니다’, ‘장운동에 마비가 생겼네요’라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습니다. 주의할 점은 이런 이야기는 말 그대로 진찰 소견일 뿐 증상의 ‘원인’은 아니라는 겁니다. 그저 복통과 더불어 나타나는 진찰 소견인 거죠. 어떤 집에 불이 났을 때 현장을 둘러본 뒤 목조 건물이고 주방의 피해가 비교적 더 심하다고 기록한다면 그것이 목조 건물이기 때문에 화재가 났다거나 주방이 발화점임을 입증하는 단정적인 증거라는 뜻이 아닌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아주 심각한 문제가 아니라면 배앓이의 원인을 찾아내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적어도 첫 번째 진료에서는 더더욱 그렇지요. 배앓이로 병원을 찾은 아이를 처음 진찰할 때 의사의 목표는 응급실에 보낼 상황인지 아닌지 판단하는 겁니다. 아니라고 판단된다면 그다음은 시간 경과에 따라 증상이 어떻게 가감되고 변하는지 지켜봅니다.

‘바이러스성 위장관염’도 배앓이를 호소하지만 정도가 심한 경우는 흔치 않습니다. 배앓이 없이 토하고 설사하는 경우가 더 많지요. 반면에 대장균이나 살모넬라 등 ‘세균성 위장관염’으로 인한 배앓이는 수술이 필요한 질환과 혼동될 정도로 통증이 심할 수 있습니다.

몸 전체의 림프 기관이 발달하는 만 3세 이후부터는 장간막 림프절염도 복통의 흔한 원인입니다. 가벼운 감기 증상을 보이던 아이가 갑자기 심한 복통을 호소해서 초음파나 CT를 찍었는데 수술이 필요한 상황이 아니라면 이 경우 주로 장간막 림프절염을 발견하게 됩니다. 또한 편도선염이나 다른 바이러스성 질환으로 발열이 동반된 아이가 배앓이를 보인다면 이 역시 장간막 림프절염 때문일 때가 많습니다. 장간막 림프절염은 말 그대로 장과 장의 사이에 이어진 막에 위치한 림프절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입니다. 오른쪽 아랫배를 누르면 아파하는 등 충수돌기염이나 장중첩증과 비슷해 정밀한 진단이 필요하지요. 발열과 복통의 조합은 항상 조심스럽습니다. 요로 감염이나 복강 내 농양 등 위중한 질병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죠.

1~2개월간 지속되는 배앓이라면 진짜 배앓이가 맞는지부터 살펴봐야겠지요. 앞에 나온 ‘병원에 가야 하는 경우’를 참고하면 도움이 될 겁니다. 복통의 정도는 심하지 않더라도 체중이 줄고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의 통증이라면 바로 병원을 찾아야 합니다. 변비는 항상 먼저 고려해야 합니다. 매일 배변을 하기에 우리 아이는 변비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부모님이 많은데 일단 대변보는 걸 참거나 힘들어한다면 변비라고 여기고 의사와 상의하는 게 바람직합니다.


올바른 식습관과 배변 습관


응급 상황도 아니고, 많이 아파 보이지도 않고, 진찰상 특별한 점도 없고, 엄마도 그저 오늘 시간이 되어서 다른 문제로 병원에 온 길에 ‘배도 종종 아프다고 하네요’라며 묻는 경우가 꽤 있습니다. 엄마 생각에는 꾀병 같은데 의사의 소견은 어떤지 확인하고 싶은 것이죠. 이럴 때 다시금 되짚어볼 것이 바로 ‘기본’입니다. 배앓이는 음식이 들어와서 나가는 과정 어딘가에 문제가 생긴 겁니다. 잘 먹고 잘 싸는데 배가 아프다면 이건 정말 질병이 있는 것이거나 아니면 아이 마음의 문제를 살펴야겠지요.

그렇다면 잘 싸는지, 잘 먹는지 살피는 게 우선입니다. 그러고 난 다음 정말 변비 때문도 아니라면 하루 세끼만 먹이고 1~2주 정도 지켜보자고 합니다. 간식이나 우유, 과일도 그동안은 주지 말라고 하죠. 그게 원인이기 때문이어서가 아니라 정말 끼니만 먹고 있는데도 아픈 건지 지켜봐야겠고, 아이가 달고 찬 음식을 포기할 만큼 배앓이로 불편해하는 건지 확인하기 위해서입니다.


profile. 정재호


두 아이의 아빠이자 대전엠블아동병원 소아청소년과 원장. 소아청소년과야말로 부모들이 마음껏 육아 상담을 할 수 있는 곳이길 바라며 친근한 ‘동네 병원 선생님’이 되고자 노력 중이다. 칼럼을 통해 아이들의 질병·성장·발달·훈육 등 보편적이지만 가장 중요한 육아의 기본을 짚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