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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살이/위클리에듀교보

위클리에듀교보 2017 no.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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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 에듀교보는 행복한 아이, 즐거운 가족을 위해 교보생명에서 제공해 드리는 양육 도움 정보지입니다.


잠의 심리학, 아이의 꿈나라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


실전 육아에서 가장 고난이도의 스킬을 발휘해야 하는 육아 파트를 꼽는다면 다름 아닌 ‘아이 재우기’가 아닐까요. 알다가도 모를 아이들의 마음속을 들여다보기 위해 <베스트베이비> 박시전 기자가 묻고 관악아동발달심리센터 김이경 소장이 답했습니다.

기획·글 박시전(베스트베이비 기자), 김이경(관악아동발달심리센터 소장) 사진 이성우(G1 studio)



아이에게 ‘잠’은 어떤 의미일까?


박 기자 ▶ 아이에게 잠은 어떤 의미인가요? 잘 자야 심리도 안정 될 텐데, 아이의 잠과 심리는 어떤 관련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김 소장 ▶ 신생아는 하루에 16~17시간을 잡니다. 뇌가 급속도로 발달하는 만 2세까지 대략 1만 시간, 그러니깐 약 14개월 정도의 기간을 잠으로 보내는 거죠. 얼핏 깨어 있는 동안 탐색도 많이 하고 배우는 것도 많으니 자는 시간보다 일어나 있는 시간이 뇌 발달에 도움이 될거라 생각하기 쉽지만, 뇌와 몸은 휴식을 통해 기능을 점검하고 조율하는 시간이 꼭 필요합니다. 실제로 많은 연구들도 충분한 수면이 성장호르몬 분비를 촉진할 뿐 아니라 인지·정서·사회성 발달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보고합니다. 캐나다에서 전국적으로 실시한 연구(2009년) 결과를 보면 2~3세 아이의 수면 문제가 불안이나 과잉행동, 공격성 문제를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미국의 연구에서는 만 4세 아이의 밤 수면 시간이 짧을수록 분노나 과잉행동, 충동성 등 문제가 높다고 보고했습니다.


박 기자 ▶ 꽤 많은 아이들이 잠자리에 들 때면 이 핑계 저 핑계를 대곤 하는데 이유가 있나요?


김 소장 ▶ 아이들도 스트레스가 있으면 잠투정이 심해집니다. 갑자기 잠 트러블이 생겼다면 최근에 깜짝 놀랄 만한 일이나 걱정거리가 생긴 건 아닌지 점검해봐야 합니다. 특히 불안은 아이를 잠 못 들게 합니다. 이불을 깔고 잠들 시간만 되면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가기 싫다며 훌쩍이기도 하지요. 결국 잠드는 것은 엄마나 익숙한 것들과 헤어짐을 뜻하는데, ‘잠’이라는 분리의 문 앞에 다다르니 분리와 관련된 여러 불안이 연달아 떠오른 것으로 볼 수 있어요. 그런데 아이를 달래는 대신 “이렇게 안 자면 망태 할아버지가 데려간다”고 겁을 주거나 “지금 거실에 나가면 괴물 있어서 안 돼” 하고 엄포를 놓으면 효과도 없거니와 악순환이 계속되기 쉽습니다. 극적인 효과는 덜할지라도 잠자리 그림책, 자장가, 애착인형 같은 것들이 불안을 다독여 잠으로 이끄는 좋은 안내자가 됩니다. 잠들기 전 아이는 어느 때보다 예민해집니다. 그러나 잠이 들면 곧 천사 같은 모습을 보여줄 테니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흔한 ‘잠 트러블’과 대처법


박 기자 ▶ 연령에 따라 잠 트러블의 양상이 어떻게 달라지나요?


김 소장 ▶ 만 1~3세에는 잠드는 것 자체를 힘들어하거나 숙면을 취하지 못하고 자주 깨곤 합니다. 특히 만 2~3세에는 야경증을 호소하며 상담실을 찾아오는 경우가 꽤 많아요. 자다가 갑자기 비명을 지르며 무섭게 노려보고 공포를 느끼는 듯 호흡이 가빠지는 게 특징입니다. 대개는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좋아집니다. 악몽을 꾼 것처럼 보이지만 야경증은 악몽과 꽤 달라요. 야경증은 말을 시켜도 듣지 못하는 것처럼 보이고 달래도 소용이 없습니다. 반면에 악몽은 처음에는 깜짝 놀라 울더라도 다독이면 차츰 진정이 되지요. 다음은 기억의 유무입니다. 악몽이라면 아이가 기억을 하지만, 야경증은 울고 소리쳤던 것 자체를 기억하지 못합니다. 세 번째는 시간입니다. 야경증은 비교적 이른 시간, 보통 잠든 후 4시간 이내에 나타납니다. 밤 12시에서 새벽 2시 즈음 갑자기 깨어 울며 야경증 증상을 보이는 아이가 많습니다. 이에 비해 악몽은 잠 후반부에 나타나죠. 이렇게 차이를 보이는 이유는 야경증과 악몽이 나타나는 수면 단계가 다르기 때문인데요. 야경증은 수면 전반부에 해당하는 비렘수면 단계에서, 악몽은 후반부인 렘수면 단계에서 주로 보입니다. 대체로 꿈은 뇌 활동이 활발해지는 렘수면 단계에서 꾸기 때문에 주로 잠 후반부인 새벽 시간대에 악몽을 꾸고 깹니다. 악몽과 야경증은 연령에서도 차이를 보이는데요. 야경증은 만 3세 이전에 많지만 악몽은 보통 만 3~6세에 시작됩니다.


박 기자 ▶ 아이가 악몽을 꾼 것 같을 땐 어떻게 해야 할까요?


김 소장 ▶ 수면 연구학자 데이비드 폴크스는 3~10세 아이들을 대상으로 5년간 꿈에 대해 연구를 했습니다. 이때 렘수면 상태에서 깨운 뒤 꿈을 이야기하게 했을 때 어릴수록 회상률이 낮았다고 합니다. 말로 표현하기 어려워서일 수도 있지만 아직 어른만큼 ‘맥락 있는’ 꿈을 꾸지 못해서이기도 하겠지요. 그러니 꿈을 얘기하지 않는다고 걱정하거나 자주 물어볼 필요는 없습니다. 만일 아이가 무서운 꿈을 꿨다고 말하면 잘 들어주되 그 의미를 깊게 파고들기보다 달래서 안심시키세요. 또 꿈과 현실을 잘 구분하도록 “아, 꿈에서는 그런 일이 있기도 해. 하지만 지금 여기서 그런 일은 없어” 하고 명확하게 얘기해주시면 됩니다. 그리고 꿈 때문에 기분이 나빠 보인다면 그 감정이 꽤 오래 지속될 수 있으니 기분 전환할 방법을 함께 찾는 것도 좋습니다. 더불어 그날 있었던 일이 꿈에 반영될 가능성이 많으니 잠자리에서는 아이가 좋아하는 그림책을 같이 보거나 즐거운 이야기를 나누며 잠들게 하세요. 몇 년 전 나쁜 꿈을 걸러낸다는 ‘드림캐처(dreamcatcher)’가 한 드라마의 에피소드로 등장해 크게 유행을 했지요. 아이와 드림캐처를 함께 만들어보거나 잠들기 전 재미난 주문을 만들어 서로 이야기해주는 것도 좋습니다. 밤, 잠, 꿈의 여정에는 어떤 논리적인 설명보다 마법적인 놀이가 더 어울릴 테니까요.


꿀잠이 힘든 아이를 위한 대처법


돌봄을 받는다는 느낌 주기 아이가 잠투정을 부릴 때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어르고 스킨십하며 다독여주세요. 편안한 기분과 안정감을 갖게 되면 심리적 애착이 강화되고 잠으로 인한 ‘분리’를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편안한 잠자리 환경 만들기 기질이 예민한 아이는 신생아 때부터 잠투정이 시작되어 쭉 이어질 확률이 높습니다. 아이가 좋아하는 이불, 실내 온도, 조명 등으로 편안한 잠자리 환경을 만들어주세요.


과격한 활동 삼가기 잠들기 전에 흥분하거나 장난이 심해지는 아이들이 있는데, 이런 경우 숙면을 취하기 어렵습니다. 낮 시간대 활동량을 늘리고, 잠들기 1시간 전쯤 목욕시켜 몸이 노곤해지게 만드세요. 그리고 잠잘 시간이 되면 조명을 어둡게 하고 조용히 그림책을 보는 식으로 규칙적인 잠자리 의식을 행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profile. 김이경


놀이로 아이들과 소통하며 마음을 치유하는 아동심리상담사. 놀이가 아이와 부모를 잇는 다리가 되어줄 거라 믿으며 상담실에서 많은 부모와 아이들을 만나고 있다. 관악아동발달심리센터 소장으로 <베스트베이비>, <앙쥬> 등 여러 매체에 육아 칼럼을 기고한다.


profile. 박시전


궁금증, 호기심 많은 15년차 육아지 기자. 아이 키우며 궁금한 게 생길 때면 편집회의와 꼼꼼한 취재를 거쳐 기사화하고야 마는 생활밀착형 육아 전문 에디터로 현재 <베스트베이비>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