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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실에 오기 전 부모님께 드리는 당부
병원을 두려워하는 아이를 위해 부모님이 해주면 좋을 일은 병원에서의 절차를 아이가 최대한 잘 이해하도록 친절하게 설명해주고 격려해주는 겁니다. 물론 설명을 많이 해준다고 아픈 몸이 낫는 것도 아니고, 맞아야 할 주사를 생략하게 되는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지레 겁먹는 일은 한결 줄어들겠지요. 병원에 가기 전, 그리고 병원에 갔을 때 알아두면 좋을 정보에 대해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정재호 선생님이 조언을 주었습니다.
기획 박시전(베스트베이비 기자) 글 정재호(대전 엠블아동병원 소아청소년과 원장) 사진 조병선(G1 studio)
진료실에 들어오기 전
첫째. 만나게 될 의사 선생님에 대해 알려주세요.
아이에게 진료실에서 일어날 일들을 미리 알려주세요. 어린아이라 할지라도 여러 번 반복해 익숙한 일이라면 두려워하지 않고 씩씩한 모습을 보입니다. 처음 겪는 일을 익숙하게 여길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는 앞으로 일어날 상황을 미리 반복해서 이야기 해주는 겁니다. 아이에게 “진료실에 들어가면 안경을 쓴 남자 의사 선생님(여자 의사 선생님)이 계실 거야”, “목에는 청진기를 걸고 있고, 방 안에는 하얗고 반짝거리는 기계랑 컴퓨터도 있을 거야”라고 알려주세요. “선생님께 씩씩하게 인사드리면 반가운 얼굴로 맞이해주실 거야”라고도 덧붙여주시면 더욱 좋습니다.
동화책이나 인터넷 동영상으로 병원과 관련된 내용을 미리 봐두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평소에 집에서 인형을 가지고 병원놀이를 하는 것도 아주 효과적이고요. 병원에 오면 무섭다며 울기만하던 아이도 집에서 병원놀이를 할 때면 자기가 늘 보아왔던 단골 의사 선생님을 똑같이 흉내 내면서 놀기 좋아한답니다.
둘째. 진료실에서 이루어질 진찰 과정을 설명해주세요.
의사 선생님이 엄마와 이야기를 나누고 나면 아이의 윗옷을 올려서 가슴과 배에 청진기를 댈 거라고 말해주세요. 조금 차갑지만 금방 괜찮아질 거라고 알려주시고요. 의사는 또 아이의 몸을 돌려서 등에서 나는 소리도 듣고 그다음에는 귀와 목을 볼 겁니다. 그러니 아이에게 집에서 하던 일이 아니니 무서울 수도 있다고 말해주세요. 하지만 가만히 있으면 아프거나 불편하지 않게 살펴볼 거라고도 얘기하시고요. 엄마 아빠가 알려준 이야기와 진료실에서 직접 겪은 일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걸 되풀이해 경험한다면 아이는 의사를 믿고 몸을 맡길 겁니다.
셋째. 주사에 대해 거짓말은 하지 마세요.
주사에 관한 거짓말은 역효과만 부릅니다. 특히 “말 안 들으면 주사 놓아달라고 할 거다”라고 하지 마세요. 빨리 나아 건강해지기 위해서 하는 일을 벌 받는 것으로 여기게 하면 안 됩니다. 되레 아이는 물론 병원에서 이루어지는 의료 행위에 거부감을 갖게 될 수 있으니까요. 또한 주사 맞을 아이에게 “하나도 안 아파”라는 거짓말도 하지 마세요. 주사는 아파요. 하나도 안 아프다는거짓말은 다음 진료와 주사를 맞을 때 아이를 더 불안하게 만들 뿐입니다.
넷째. 대기하면서 동영상 보는 건 좋지 않습니다.
진료 대기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어쩔 수 없어서 그러는 거겠지만 한참 동안 휴대폰 동영상을 보다 진료실에 들어오는 건 좋지 않습니다. 더욱이 한 편이 다 끝나기 전에 시청을 중단하고 들어오면 아이의 짜증이 더 심해집니다. 평소에 잘 진찰받던 아이도 거부를 하기 십상이죠. 그러니 진료를 기다릴 때는 아이에게 앞으로 겪을 일을 잘 설명해주고, 의사에게 질문할 내용을 정리하는 게 낫습니다.
진료를 받기 전 궁금한 것이 있을 때는 메모해 오는 것도 좋습니다. 의사에게 뜻하지 않은 설명이나 진단을 듣거나 대기 환자가 많으면 아무래도 초조해서 잘 묻지 못하고 그냥 진료실을 나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니 평소에 묻고 싶은 게 있었다면 두세가지 정도만 중요한 질문을 적어 오세요.
진료실에 들어와서는
첫째. 입안에 음식이 있어선 안 됩니다.
아이 입에 음식이 든 채 진찰을 받는 건 위험합니다. 의사가 이걸 모르고 설압자(혀를 아래로 누르는 데 쓰는 의료기구)를 사용하면 음식을 기도로 밀어 넣는 큰 사고가 벌어질 수 있어서 위험합니다.
둘째. 아이의 자세를 안정적으로 해주세요.
힙시트나 아기띠는 풀어주세요. 아이가 발을 디딜 곳이 있으면 갑자기 크게 움직여 진찰 도구에 다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의사 소통이 가능하고 협조가 될 정도의 연령이라면 아이 혼자 앉아 불편한 점을 이야기할 수 있게 미리 연습시키는 것도 좋습니다. 의사가 귀를 볼 때는 아이의 몸을 돌리는 것보다 몸통은 정면을 향하고 고개만 돌리는 게 안전합니다. 아이가 목을 움직일 범위를 좁혀주기 때문이죠.
셋째. 아이가 운다고 당황하지 마세요.
진료 중에 아이가 울어도 됩니다. 그러니 당황하지 마세요. 아이를 달래려는 보호자의 ‘괜찮아’ 연발 멘트가 효과를 보였던 적은 기억나지 않으니까요. 진료실에 있는 아이는 익숙하지 않은 환경,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게 신체 접촉을 맡긴 상황입니다. 그러니 두렵고 불안해서 우는 게 당연하지요. 아이가 이런 상황을 반복해 경험하면서 ‘아, 별일 없구나. 아프지 않구나’ 하고 스스로 깨닫는 게 가장 확실한 해결책입니다. 그러니 그 긴장과 공포를 견뎌낸 (설사 울었을지라도) 아이를 칭찬해주세요. “무서웠지? 그래도 잘했어. 멋지네. 다음에는 더 씩씩하게 잘할 수 있을 거야”라고 응원해주시면 됩니다.
아이가 진찰 중에 울었다고 간혹 의사나 간호사를 ‘맴매 맴매’ 하면서 때리는 시늉을 하는 분들도 드물지 않게 만납니다. 그런데 이건 좋은 위로 방법도 아니고, 이렇게 해버릇하면 아이가 앞으로 병원에서 제대로 진찰받기 더 어려워집니다.
넷째. 진료실에 있는 물건은 만지면 안 된다고 알려주세요.
진료실에 있는 물건을 만지는 아이를 자주 보는데 함부로 만지지 않도록 주의해서 돌봐주세요. 이는 예의에 관한 문제가 아니라 ‘위생’ 때문입니다. 의사는 한 환자를 진찰하면서도 몇 번씩 알코올 손소독제를 사용하고, 전염성 높은 질병에 걸린 환자를 진료한 직후에는 아이가 접촉한 모든 곳을 수시로 소독하지만 완벽할 수 없습니다. 진료실을 하루에도 수차례 열심히 소독하고 청소하는 까닭은 바로 그곳이 가장 감염되기 쉬운 공간인 까닭입니다.
profile. 정재호
두 아이의 아빠이자 대전엠블아동병원 소아청소년과 원장. 소아청소년과야 말로 부모들이 마음껏 육아 상담을 할 수 있는 곳이길 바라며 친근한 ‘동네 병원 선생님’이 되고자 노력 중이다. ‘정재호의 육아상담실’ 코너를 통해 아이들의 질병·성장·발달·훈육 등 보편적이지만 가장 중요한 육아의 기본을 짚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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