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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살이/위클리에듀교보

위클리에듀교보 2018 no.3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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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 에듀교보는 행복한 아이, 즐거운 가족을 위해 교보생명에서 제공해 드리는 양육 도움 정보지입니다.


은근히 어려운 아이 친구 엄마와 관계 맺는 기술


엄마들에게도 동료이자 친구이자 때로는 적이 되는 관계가 있다. 바로 ‘내 아이 친구의 엄마’다. 이러한 엄마들 사이는 모든 것을 터놓기도, 그렇다고 다 숨기기도 애매한 경우가 많다. 휘둘리지 않으면서 적당히 거리를 두는 현명한 관계 맺기가 필요하다.


기획 황선영(베스트베이비 기자) 취재 문은영(프리랜서) 사진 이혜원(G1 studio)



가까우면 불편하고 멀면 불안한 관계


어린이집뿐만 아니라 유치원, 학교, 학원 등 아이 친구 엄마들과 만나는 곳이라면 어디든 자연스럽게 엄마들 모임이 만들어 진다. 문제는 이런 모임이 마냥 편하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내가 맺은 관계가 아이의 친구 관계에 영향을 미칠까 싶어 신경이 쓰이기 때문이다. 모임에 나갈 때면 너무 차려입기도 그렇고, 또 너무 수수한 차림새면 아이가 괜히 무시당할까 싶은 희한한 마음에 옷차림에 신경 쓴 적이 있을 것이다. 마음을 탁 터 놓기에도 애매한 관계다. 분명 장점도 있다. 같은 또래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좋은 친구도 되고, 필요한 육아 정보를 공유하며 힘이 되기도 한다. 또 급한 상황일 때 아이를 맡길 수도 있고, 지금껏 모르던 아이의 사생활을 전해들을 때도 있다. 그런데 많은 엄마들이 왜 이 관계를 버거워하고 고민하게 될까?

작게는 단톡방 알림에서부터 시작한다. 문제는 ‘타이밍’인데 모든 글에 일일이 대답하기는 번거롭고, 그렇다고 아무 말이 없으면 대화에 참여하지 못하는 것 같아 불안하다. 단톡방에서 대답할 타이밍을 고민하듯 실제 관계에서도 고민되는 부분이 있다. 너무 가까우면 불편하고, 너무 멀면 불안한 것이다. 가까이 하기도, 멀리하기도 어려운 관계 속에서 원치 않게 겪게 되는 감정 소모가 피곤을 유발한다. 이처럼 자연스럽게 얼굴을 익히고 인사를 나누는 엄마들 관계는 친목 이상의 비즈니스 관계이기도 하다. 필요한 정보를 주고받고 때로는 아이 키우며

힘든 점을 공유하기도 하지만 아직 친구는 아닌 관계이니 친한 친구인 양 행동하면 문제가 생기게 마련이다.

문화인류학자 에드워드 홀은 인간은 누구나 심리적으로 편안함을 느끼는 타인과의 적정한 거리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렇다면 엄마들 모임에서 적당한 거리는 얼마만큼일까? 소속되어 있다는 안정감을 느끼면서도 너무 가까워지면 부담스러운 그관계의 거리를 수치화할 순 없지만 분명 그 결정권은 나에게 있다는 걸 기억하자. 아이가 마음에 걸려서, 나 때문에 혹시라도 아이의 친구 관계에 문제가 생기는 건 아닐까 싶어 끌려 다니다 보면 결국은 지나친 감정 소모로 끝이 좋을 리 없다는 걸 염두에 두어야 한다.


뻔뻔하게 착한 엄마 되는 방법


아이들로 인해 맺은 관계이긴 하지만 스스로 관계의 정의를 내리고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요령이 필요하다. 마음이 불편한 상황이 쌓이면 생각지 못한 문제가 불거지게 마련. 그러니 불편한 상황은 현명하게 피해 가는 ‘뻔뻔하게 착한 엄마’가 되자. 격식을 차리기보다는 편안하게, 확 가까워지기보다는 천천히 다가가는 지혜도 필요하다.


내 관계가 곧 아이의 관계라는 생각을 버리자

‘내가 엄마들 모임에 나가지 않으면 아이 친구가 없어지는 건 아닐까?’라고 생각하는 엄마가 많다. 하지만 걱정이 무색하게 아이들은 엄마들의 관계와 상관없이 나름대로 관계를 맺어간다. 이는 고학년이 될수록 더 두드러진다. 엄마가 나서서 친구를 찾아주는 건 오히려 아이의 사회성을 발달시키지 못한다는 사실을 명심할 것. 괜한 걱정에 사로잡혀 억지로 불편한 엄마들 관계를 유지할 필요는 없다.


함부로 다른 아이와 엄마에 대해 이야기하지 말자

제대로 알지 못하는 사실을 가감 없이 전달하는 화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 이는 어떠한 인간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아이에게 들은 말을 다른 엄마에게 전달하거나 아이가 엄마에게 들은 말을 다른 아이에게 옮기다 보면 상대방의 오해를 부르기 십상이다. “우리 아이가 그러는데…”로 시작하는 대화는 없어야 한다. 엄마들 모임에서 가장 힘든 점으로 꼽히는 게 바로 ‘험담’이다. 험담을 하는 이가 내가 되어서도 안 되지만 다른 엄마의 험담을 들어주는 상대가 되는 것 역시 난감하다.

마냥 웃으며 고개를 끄덕여주기도, 바로 정색을 하고 직언을 하기도 애매하다. 어디선가 나와 내 아이에 대해서도 이렇게 험담하는 건 아닐까 하는 두려움이 앞서기 때문이다.

하지만 험담을 하는 사람은 결국 자기 발에 걸려 넘어지게 마련이다. 그러니 이런 얘기를 듣는 게 불편하다는 걸 상대방에게 정중하게 표현하자. 그래야 또 험담을 듣는 불편한 상황을 피 할 수 있다.


감당하기 힘든 부탁은 거절하자

엄마들 모임의 주된 이야깃거리는 아이들에 관한 것일 수밖에 없다. 특히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학교의 행사로 종종 의논할 일이 생긴다. 누군가 희생해야 할 때도 있고, 서로 책임을 나눠야 할 때도 있다. 내가 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아이들을위해 기꺼이 즐겁게 참여하면 되지만, 문제는 억지로 일을 해야 할 때다. 엄마들 모임도 ‘단체 생활’이다 보니 분명 누군가는 책임을 못 본 척하기도 하고, 누군가는 지나치게 희생하기도 한다. 모임의 성향에 따라 모두가 나서서 솔선수범하기도 하지만 서로 눈치 보며 일을 미루는 상황도 허다하다. 각기 성향이

다른 사람이 모이다 보면 분명 신경전이 벌어질 수 있다. 이럴 때 감당하기 힘든 일을 억지로 떠맡을 필요는 없다. 내 아이를 위해서라는 명목으로 감당하기 힘든 일을 자꾸 떠맡게 되면 결국 나만 힘들 뿐이라는 걸 기억하자.

단체뿐 아니라 개인 간의 관계에서도 마음이 불편한 부탁은 거절하는 게 옳다. 가령 한두 번 아이의 하원 부탁을 흔쾌히 들어 주었더니 그 뒤로 당연한 듯 매번 부탁한다면 정중히 거절해야 한다. 부탁에도 서로 지켜야 할 선이 있다는 걸 처음부터 명확히 해두는 게 좋다. 한 번 부탁을 들어줬더니 거듭 반복된다면 상대가 도를 넘은 것이니 분명히 의사를 표현해야 한다.


선택적으로 경청하는 슬기로운 엄마가 되자

아이들과 관련된 대화에서 안 하기 힘든 게 바로 ‘비교’ 다. 혹시 내 아이만 너무 늦된 건 아닌지, 다른 아이들은 다 하는데 내 아이만 안 하는 건가 싶은 비교되는 심리에서 자유로운 엄마는 없을 터. 누구나 순간 흔들릴 수 있으나 제자리를 금방 찾으려면 나만의 기준을 세워야 한다. 그래야 비교하는 말에도 상처받지 않는다. 하지만 아이가 속한 집단이 겹칠수록 비교로 인한 흔들림은 더 자주 찾아온다. 같은 어린이집, 같은 유치원, 같은 학교에 다니는 또래인데 내 아이만 무언가를 하거나 하지 않을 때 신경이 쓰이는 건 당연하다. 그럴 때는 나에게 필요한 정보만 듣고 다른 이야기는 흘려보내는 지혜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