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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살이/위클리에듀교보

위클리에듀교보 2018 no.3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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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 에듀교보는 행복한 아이, 즐거운 가족을 위해 교보생명에서 제공해 드리는 양육 도움 정보지입니다.


양성평등 교육,

어떻게 시작할까?


일명 도촬(도둑 촬영)이나 성추행뿐 아니라 ‘메갈’, ‘한남’ 등 아슬아슬한 이성 혐오 발언까지 보통 명사가 돼가는 요즘. 그 어느 때보다 균형 잡힌 성평등 의식이 절실하다. 내 아이에게 성평등 교육을 시작할 때 꼭 알아야 할 것은 무엇일까?


기획 심효진(베스트베이비 기자) 사진 안현지 도움말 김고연주(여성학자, 서울시 젠더 자문관)

참고도서 <나의 첫 젠더 수업>(창비)



성평등은 남자와 여자가 같다고 주장하는 게 아니다. 양성은 서로 평등하고 자유로우며 존중받아야 하므로 성별 차이로 인해 개성이나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현상을 바로잡고, 성별 때문에 겪는 어려움이나 한계를 줄이자는 게 성평등 운동의 목적이다. 따라서 아이가 자신을 둘러싼 불합리한 사회적 틀에서 벗어나 자유롭고 행복한 사람이 되길 원한다면 어릴 때부터 성평등 의식을 가르쳐야 한다.

아이들은 성 편견이 없는 상태에서 자유로이 행동하다가 자라면서 점차 성편견을 갖게 되고 성 고정관념에 따라 행동한다. 문제는 요즘 우리 사회에서 습득하게 되는 성 고정관념은 아이들에게 잘못된 인식을 심어주기 쉽다는 것이다. 창의력과 자율성을 억압하고 잘못된 우월감 또는 열등한 자아상을 갖게 하거나, 타인을 차별하고 반대로 차별받는 경험을 하게 될 소지가 높다. 아이가 가능한 한 이러한 경험을 하지 않도록 어릴 때부터 올바른 성평등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부모가 모범을 보이는 성평등 교육

부모의 모습은 아이들에게 가장 영향력 있는 모델이다. 성평등은 이론이 아니라 실천이고 책이 아니라 일상에서 접해야 한다. 가정에서 부모가 보여주는 모습, 즉 모든 말과 행동이 성평등 교육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부모가 이미 성역할 고정관념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끊임없이 자신을 돌아보고 이런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도록 부모 스스로 노력해야 한다. 부모가 노력한다고 하더라도 아이들은 미디어를 비롯해 다른 가족, 이웃, 교사, 또래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성차별, 성별 고정관념에 노출되기 쉽다. 가령 교육기관에서 교사들이 은연중에 여자아이에게는 좀 더 얌전하기를 기대하거나, 남자아이들이 주먹다짐을 하더라도 ‘남자애들은 원래 좀 거칠다’고 너그럽게 생각하는 것등이다. 주변 어른들의 태도나 행동을 보고 배운 아이들은 성장할수록 여자와 남자에게 주어진 성 역할에 따라 행동하는 게 자연스럽다는 생각, 나아가 성 역할은 꼭 지켜야 할 사회적 약속이라고 믿기 쉽다. 얼마 전 KBS 예능 프로그램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아들 시하와 출연한 배우 봉태규의 교육관이 주목받은 것도 이러한 현실에 대한 문제의식을 반영했기 때문이다. 아이가 단발머리를 고수하고, 치마저고리 한복을 입고, 분홍색을 좋아하는 모습을 보여도 그는 아이의 취향을 존중하는 태도를 보여 주었다. 나아가 자신의 SNS에 “시하는 핑크색을 좋아하고 공주가 되고 싶어 하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저는 응원하고 지지해주려고요. 제가 생각할 때 가장 중요한 건 사회가 만들어놓은 어떤기준이 아니라 시하의 행복이니까요. 참고로 저도 핑크색을 좋아합니다. 그래도 애가 둘이네요”라며 고정관념에서 자유로운 교육관을 밝혔다.


남자라서’, ‘여자라서’라는 말 쓰지 않기

자신은 성차별을 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성인도 무의식적으로 ‘여자라서 몸조심해야지’, ‘남자니까 넘어져도 씩씩하게 일어나야지’ 식으로 말할 때가 있다.

또 으레 딸에게는 분홍색 치마를, 아들에게는 파란색 바지를 입히거나 딸에게는 인형, 아들에게는 자동차를 사주기도 한다. 그만큼 성별에 관한 고정관념의 뿌리는 깊다. 하지만 아이들만큼은 이런 틀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생각하고 행동하도록 도와줘야 한다. 그 시작은 부모부터 ‘여자라서’, ‘남자라서’라는 말을 쓰지 않는 것. ‘남자색’, ‘여자색’을 구분하는 습관도 의식적으로 벗어나자.


타인의 외모 평가하지 않기

TV를 보면서 연예인의 외모를 평가하거나 주변 인물의 외모에 대해 이야기하는 건 어른들 사이에서는 흔한 일이다. 하지만 부모의 사소한 언행이 아이에게 외모에 대한 획일적인 기준을 심어주고 타인의 외모를 함부로 평가해도 괜찮다고 생각하도록 만든다면? 이러한 환경에 노출된 아이들은 외모가 개인의 우열뿐 아니라 인생의 성패까지 좌우한다고 믿어 외모에 지나치게 집착할 수 있다. 자라면서 성별에 따른 아름다움의 기준에 고정관념이 생기기 시작하면 자신의 외모에 대한 자신감을 상실하는 건 물론 타인의 외모도 쉽게 비하하게 된다.

그러니 부모부터 평소 언행을 조심하고, 아름다움이란 다양하며 외모를 평가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걸 알려주자.


성별화된 놀이 역할 바꿔 해보기

남자아이에게는 인형놀이나 주방놀이를, 여자아이에게는 운동이나 블록놀이를 시켜보자. 아이가 좋아하는 영화 속 히어로를 남녀 구분 없이 따라해보기, 엄마 아빠 역할을 바꾸어 소꿉놀이하기, 경찰관·소방관·간호사·유치원 선생님·정비사 등 성별이 고정된 듯이 여기기 쉬운 직업으로 성별을 바꾸어 역할놀이 해보기 등을 추천한다. 아이가 다양한 역할놀이를 해보며 자기가 좋아하고 잘하는 걸 찾도록 도와주자. 아이들은 이러한 놀이를 통해 직업이나 역할에는 성별 구분이 없다는 걸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다.


자신의 감정을 솔직히 표현하도록 도와주기

남자아이에게는 ‘씩씩함’을, 여자아이에게는 ‘단정함’을 강요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여전히 존재하는 만큼 아이가 이러한 관념에서 벗어나도록 도와주자. 가장 좋은 방법은 아이가 자신의 감정을 솔직히 이야기할 기회를 자주 만들어 주는 것이다. 그리고 다른 사람의 기대나 사회적 평가에 자신을 맞추기보다 자신의 감정을 자유롭게 표현하도록 옆에서 도와주며 경청해주면 된다. 감정을 자꾸 억누르면 자신의 생각이나 느낌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사람이 되기 쉽다. 반면에 자기감정에 충실한 아이는 타인의 감정이나 기분을 존중하고 친밀한 관계를 맺는 능력을 갖게 된다.


동화책 선별해 읽어주기

최근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전통적인 ‘공주 이야기’ 동화책은 잘 읽어주지 않는 게 트렌드. 아이들이 좋아하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여주인공의 캐릭터 변천사만 봐도 알 수 있다. 백설공주, 신데렐라 같은 의존적인 캐릭터에서 <겨울왕국>의 엘사나 모아나처럼 저항적이고 주체적인 캐릭터로 변화하는 추세다. 하지만 영유아 대상 동화 중에는 아직도 성 고정관념을 여과 없이 보여주는 내용이 많다. 특히 집안일을 하는 자상한 엄마, 회사에 출근하는 씩씩한 아빠는 많은 동화책의 단골 소재였다. 그러니 동화책을 읽어주기 전에 부모가 미리 성차별적 내용이 있는지 살펴보는 게 좋다. 만약 성 고정관념이 두드러진 동화책을 읽어줬다면 아이에게 그 문제점을 짚어주고 이야기를 다시 만들어보는 놀이를 해보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