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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살이/위클리에듀교보

위클리에듀교보 2017 no.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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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 에듀교보는 행복한 아이, 즐거운 가족을 위해 교보생명에서 제공해 드리는 양육 도움 정보지입니다.


취학 앞둔 아이, 몇까지 셀 수 있으면 될까요?


‘수학’ 하면 복잡한 수식과 계산이 떠오르나요? 식은땀이 나고 골치가 지끈지끈 아파옵니까? 나온교육연구소 박영훈소장은 더 이상 문제풀이식 수학으로 아이들을 괴롭혀서는 안 된다고 말합니다. 무엇보다 수학의 진정한 즐거움을 알기 위해서는 유아 때부터 수학에 대한 개념을 올바르게 세워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기획 박시전(베스트베이비 기자) 글 박영훈(나온교육연구소 소장) 사진 추경미(G1 studio)




‘19까지의 수’가 의미하는 것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자녀를 둔 부모님들이 수학 학습에 대해 묻는 질문에 저는 다음과 같이 답을 드리겠습니다. “19까지 셀 수 있으면 충분합니다.” “덧셈과 뺄셈은 저절로 익히게 되니 따로 학습할 필요 없습니다.” “단, 19까지의 수 개념이 완벽하게 형성되어 수 세기를 자유자재로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제 어느 정도 불안감이 해소되셨나요? 그래도 만족할 수 없다고요? 여전히 불안한 부모님 대부분은 덧셈식과 뺄셈식이 빼곡한 시중의 학습지를 떠올리고 있을 것 같군요. 그래서 좀 더 자세히 설명해보겠습니다.


‘수 개념이 완벽하게 형성되어 수 세기를 자유자재로 할 수 있다’


수 세기는 아이가 세상에 태어나 생애 최초로 접하는 수학적 활동입니다. 수학은 ‘사고하는 학문’입니다. 즉, 수를 센다는 건 ‘하나, 둘,셋…’을 말하는 언어 활동이 아니라 논리적인 추론이 요구되는 지적 활동이라는 것이죠. 그런데 왜 하필 제가 ‘19까지 세면 충분하다’고 했을까요? 우선 ‘19까지’ 완벽한 수 개념을 갖는다는것과 ‘자유자재로 수 세기가 가능하다’는 게 무얼 뜻하는지 정리해보겠습니다.


첫째, 일대일 대응에 의한 수 세기



꽃잎의 개수만큼 동그라미 안에 색칠을 하는 ‘일대일 대응에 의한 수 세기’는 수 개념이 형성되지 않아도 가능합니다. 이 경험이 반복되고 축적되면 어느 순간 아이는 일일이 세어보지 않더라도 한눈에 개수를 확인하는 ‘직관적 수 세기 능력’을 갖추게 됩니다.


둘째, 직관적 수 세기



일대일로 대응하며 수를 세는 것이 익숙해졌다면 이제는 위 그림을 보고 한눈에 딸‘ 기 3개’, 사‘ 과 4개’라는 개수를 확인할 수 있을 겁니다. 물론 세고자 하는 대상의 개수는 대체로 ‘다섯’을 넘지 않습니다. 이러한 직관적 수 세기 능력을 갖추기까지 아이는 상당히 많은 경험과 시간이 필요합니다. 만약 우리 아이가 5개 이하의 대상을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지 확인하고 싶다면 위 그림처럼 여러 개의 사물이 인쇄된 그림카드를 보여주며 몇 개인지 물어보면 됩니다. 그림을 보여주고 곧바로 감춘 뒤 개수를 물어보는 것도 좋은 지도 방법입니다. 머릿속으로 그림의 잔상을 이미지로 떠올리면서 전체를 한눈에 알아보는 경험이 수 감각 형성에 절대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이죠. 이렇게 직관적 수 세기 능력이 형성되면 5개를 넘는 대상의 수세기는 한결 쉽게, 그리고 수학적 추론에 의해 하게 됩니다. 앞으로 우리는 이를 ‘전략적 수 세기’라는 용어로 부르겠습니다.


셋째, 덧셈의 기초가 되는 ‘전략적 수 세기’



위 그림 속 사과의 개수를 파악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입니다. 예를 들어 ‘2, 4, 6, 8’ 등 두 개씩 묶어서 세거나 ‘4, 8’이라는 두 배수 전략을 사용하거나 혹은 ‘5와 3’과 같이 먼저 5를 묶은 뒤 나머지 3을 추가해 8이라는 개수를 도출해내는 겁니다. 이때 우리가 주목할 것은 각각의 묶음이 모두 ‘5 이하’라는 사실입니다. 5 이하의 개수를 한눈에 파악하는 ‘직관적 수 세기’ 연습이 충분히 이루어지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는 대목이지요.


직관적 수 세기의 중요성


‘직관적 수 세기’는 아이의 수학적 사고를 확장시키는 매우 중요한 근거로 작용합니다. 전략적 수 세기를 하려면 어떻게 수를 묶을지 결정해야 하는데 이는 아이 스스로 나름의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는 점에서 ‘수학적 추론’의 출발이라 할 수 있습니다.



구슬의 개수를 알아내고자 구슬을 묶어가며 ‘전략적 수 세기’를 하는 이 과정 속에 ‘덧셈’이라는 연산의 기초 개념이 형성된다는 사실을 혹시 눈치채셨나요? 예를 들어 위 보기에서 7개의 개수를 세고자 ‘2’와 ‘5’라는 묶음으로 분리하는 전략을 세웠다고 합시다. 그다음엔 개수를 세는 방식에 주목해봅니다. 우선 2개의 구슬은 한눈에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그다음에는 2를 출발점으로 하여 다른 묶음에 있는 대상을 하나씩 짚어갑니다. 우리는 이를 ‘이어세기’라고 말합니다. 이보다 한 단계 더 세련된 방식도 있습니다. 개수가 큰 묶음인 ‘5개’를 먼저 헤아리고 그다음 ‘여섯, 일곱’이라고 이어세기를 하면 좀 더 간단합니다. 이처럼 이어세기가 가능해지려면 우선 처음에 몇 개씩 묶을 것인지 나름 전략을 수립하고 이때 파악한 첫 번째 묶음의 이미지를 머릿속에 기억해야 합니다. 뿐만 아니라 ‘하나, 둘, 셋… 일곱, 여덟…’ 같은 수의 계열성에 대한 이미지와 개념을 머릿속에 자유롭게 그릴 수 있어야 합니다. 이는 곧바로 ‘덧셈적 사고’와 연계되니까요. 그러므로 전략적 수 세기는 단순 기능이 아니라 아이가 스스로 모종의 결단을 내리고 추론 과정을 밟아야 하는 고도의 수학적 사고라 할 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수 세기는 단순히 개수를 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추론을 토대로 하는 수학적 사고에 따른 것’이라는 뜻이지요.


profile. 박영훈 박사


서울대 수학교육과를 졸업하고 미국 몬태나주립대학에서 수학 M.A를 취득하였다. 홍익대 수학교육과 겸임교수를 역임한 뒤 수학교육 전문가들과 함께 ‘생활 속의 수학’을 만들고자 수학 대중화에 힘쓰는 중이다. 현재 아이스크림 연수원에서 초등학교 교사들을 대상으로 온라인 강의를 펼치고 있다. 제7차 교육과정 중고등 수학 교과서를 집필했으며, <당신의 아이가 수학을 못하는 진짜 이유>(동녘), <기적의 유아수학>(길벗) 시리즈 등 다수의 수학서를 펴냈다. <베스트베이비>의 ‘박영훈의 수학 탐험대’ 칼럼을 통해 유아 수학의 기본을 차근차근 짚어주고 있다.